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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10년 만에 다시 ‘아나바다’… 요즘엔 명품도 중고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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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3-07 17:40 조회2,7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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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사무용품 등 재활용 찾는 사람 늘어
옥션 중고장터 매출 작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

 

 

다음 달 중순 결혼하는 김모(29)씨는 아내가 될 박모(27)씨와 함께 1일 경기도 수원의 한 재활용센터를 찾았다. 신혼살림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아파트 전세 자금과 신혼살림 비용을 반반씩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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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IT 관련 기업 다니는 김씨는 송파구에 전세 아파트를 마련하느라 돈이 쪼들려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김씨는 “중고에 대한 선입관이 있어 한 번도 사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막상 전시된 식탁 세트를 보니 새것이나 다름없어 10만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 책상도 5만원에 샀다. 김씨는 “중고로 살림을 장만해 아낀 돈을 신혼여행 비용으로 쓸 생각”이라며 “신혼 여행지로 태국 푸껫을 골랐는데 지난주 여행사에서 전화가 와 ‘환율 때문에 15만원씩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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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4월 28일 평화은행이 실직 근로자의 직업훈련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 ‘넥타이 아나바다 장터’ 모습. [중앙포토]

◆부활한 ‘아나바다’=중소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양진석(53)씨는 최근 구로구의 재활용센터에 들렀다. 노후 대비용으로 따놨던 자격증으로 다음 달 부동산 중개업소를 차릴 생각이다.

 

양씨는 “사무실에 필요한 책상 등을 사려 한다. 경기도 안 좋은데 새것을 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재활용센터에서 만난 회사원 강모(27·여)씨는 “신림동에 살다가 근처로 이사 왔는데 새것을 쓰면 기분이야 좋겠지만 요즘 같은 때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며 “화장대가 맘에 들어 5만원을 주고 샀다”고 설명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유행하던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가 다시 뜨고 있다. 미국발 금융 위기에 이은 경기 침체로 재활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마포구 중앙재활용센터 조양섭(40) 대표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정도 늘었다”며 “요즘은 불경기로 폐업한 PC방 등에서 새것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 들어오면서 재활용품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명품도 중고를 찾는 추세다. 중고 명품 액세서리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김명전(32·여)씨는 “명품을 취급하는 주변 상인들은 매출이 3분의 1로 떨어졌다고 아우성이지만 중고 제품을 취급해서 그런지 5~6월 대비 10월 매출액이 35%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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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10일 서울 마포구 신촌재활용센터에서 시민들이 가전제품을 고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중고사이트 거래 급증=서울 창전동에 사는 주부 최지원(33)씨는 요즘 중고 유아용품 거래 사이트에 접속하는 게 버릇이 되다시피 했다.

 

생후 2개월 된 둘째 딸의 육아 용품을 사기 위해서다. 최씨는 최근 이 사이트를 통해 6만원짜리 모빌을 2만5000원에 건졌다.

 

대신 여섯 살 난 큰딸이 보던 19만원짜리 전집을 14만원에 팔았다. 최씨는 “재활용품이지만 엄마들이 곱게 다룬 물건이라 믿을 수 있다. 남편도 살림꾼이라고 칭찬한다”고 말했다.

재활용품을 내놓거나 구입하는 이들이 늘면서 중고물품 거래 인터넷 사이트는 호황을 맞고 있다. 옥션 중고장터의 9월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래금액 기준으로 2배 이상 늘었다.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판매량은 140%가량 증가했다. 중고장터 방문자 수도 올 초에 비해 9월에는 30% 정도 많아졌다.

중고 유아용품 직거래 사이트인 ‘i-baby’의 조문경 대표는 “7~8월에 하루 2500건씩 올라오던 판매 물품 글이 9~10월에는 3000~3500건으로 늘었다”며 “방문객 수도 8월에는 하루 6만 명 정도였지만 9월에는 하루 8만 명이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기헌·이진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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